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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익힌 고기 즐겨먹는 사람들에 충격적 소식

이영완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2-11 10:32

동물 뇌 조종 기생충 '톡소포자충'
기생충 번식 위해 쥐 공포심 없애 고양이에게 쉽게 잡아먹히게 해
인간의 약 30%가 감염
자살 충동 유발할 확률 높이고 임신부 감염 땐 유산·기형아 출산

 톡소포자충 현미경 사진. 안쪽에 딸세포(가운데 노란색)들이 형태를 잡아가고 있다. /플로스 제공
고양이 앞에 선 생쥐는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심지어 고양이 오줌 냄새만 맡아도 질겁을 한다. 하지만 가끔 생쥐가 미칠 때가 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기는커녕 심지어 고양이에게 추파를 보내기도 한다.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됐을 때다. 이 정도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일도 아니다. 사람이 감염되면 정신분열증과 우울증, 심지어 자살까지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도대체 기생충은 뇌에 어떤 짓을 한 것일까.

쥐의 공포심 없애… 고양이에게 성(性)적 흥분까지

톡소포자충(胞子蟲)은 단세포 기생충으로, 고양잇과(科)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퍼진다. 이후 여러 동물이 흙과 물을 통해, 또는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먹고 감염된다. 최근 과학자들은 톡소포자충이 감염된 동물의 뇌까지 조종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해 8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수컷 쥐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스스로 천적인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려고 다가가는 '좀비'가 된다고 발표했다. 쥐는 일반적으로 고양이 오줌 성분이 감지되면 거리를 유지하는 본능이 있다. 하지만 기생충에 감염되면 고양이와 거리를 두지 않았다. 다른 동물의 오줌 냄새에는 이전처럼 반응했다. 심지어 고양이에게 성적으로 흥분까지 느끼는 특이한 현상도 나타났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와 웁살라대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병원체(PLoS Pathogens)'에 이상행동의 원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쥐에서 나뭇가지 형태의 면역세포인 수지상(樹枝狀)세포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뇌로 이동해 '가바(GABA)'란 신경물질을 더 많이 분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바는 공포나 불안감을 억제한다.

기생충이 쥐의 공포심을 없앤 데는 기생충의 번식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톡소포자충은 오직 고양이의 내장기관에서만 유충이 암수로 자라 생식을 하고 알을 낳는다. 쥐에게선 유충 상태로만 있다. 고양이가 감염된 쥐를 잡아먹어야 기생충의 번식이 완결되는 것이다. 즉 쥐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도록 기생충이 쥐를 조종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기생충이 쥐를 흔드는 무기는 또 있다. 지난달 싱가포르 난양대 연구진은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수컷 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산 유전자가 과도하게 작동한다고 발표했다. 남성호르몬이 넘치는 수컷 쥐는 암컷에게 더 매력적으로 인식된다. 결국 짝짓기가 자주 일어나 암컷들이 기생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테스토스테론은 가바처럼 공포감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고양이에게 잡아먹힐 확률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해 영국 리즈대 연구진은 톡소포자충이 쥐의 뇌에서 또 다른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생산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도파민은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을 받을 때 특히 많이 분비된다. 도파민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되면 쥐는 또 다른 보상을 바란다. 그 결과 호기심이 높아지고 겁은 사라진다. 당연히 고양이에게 잡아먹히기 쉽다.

사람에겐 자살 충동 높여

인간은 약 30%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있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은 별 증세 없이 지나가지만, 임신부가 감염되면 나중에 유산이나 기형아 출산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여러 연구에서 톡소포자충 감염이 위험 행동이나 정신분열증, 불안, 우울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가 고양이에게 몸을 던지듯,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은 자살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여성 4만5788명이 낳은 아기를 대상으로 톡소포자충 항체검사를 했다. 아기가 항체가 있다면 엄마가 먼저 감염됐다는 말이 된다. 이를 근거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여성의 자살 비율을 조사했더니 다른 여성보다 53%나 높았다. 미시간 주립대 연구진 또한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7배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스웨덴 연구진 실험에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의 면역세포에서도 공포감을 억제하는 가바 분비가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집에서 고양이를 내쫓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고양이가 어릴 때부터 사료만 먹었고 집 밖을 돌아다닐 일이 없었다면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작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덜 익힌 고기나 제대로 씻지 않은 야채를 통한 감염이 많다. 빈도상으로는 돼지고기를 날로 먹어 발생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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